책 속으로 난 길

멋진 말씀

귤밭1 2010. 2. 18. 16:23

사람은 복잡한 존재다. 한 사람 안에 서로 다른 성질은 물론이고 정반대되는 요소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어느 한 쪽만 일방적으로 강조하면 전모를 놓치고 만다. 그런데 이해에 사로잡히거나 편하고자 해서 복잡성을 부러 무시하고 부분을 전체인 것처럼 주장하게 되는 수가 많다. 특히 신념이 강한 사람이 이런 위험에 빠지기가 쉽다. 이런 이들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에는 일부러 눈을 감거나 또는 보지 못하고 긍정적인 요소만을 내세우며 당연히 상대편에게는 흠만 집어내려 한다. 그러니 그들의 투철한 신념은 복잡성을 무시하고 얻은 대가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사람의 복잡성을 인정하는 분을 만나서 기분이 참 좋다. 김수환 추기경을 모셨던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강우일 주교가, 김 추기경이 돌아가시기 전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고통스러워했느냐는 질문에 "숨쉬는 걸 너무 어려워하시고, 그런 육체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찾으려고 하는, 신앙과 믿음을 지키려고 애쓰시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고 대답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들도 그렇거든요, 신앙이 철석같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는 게 아니고 숨 거두는 순간까지도 유혹받고 믿음에 대한 도전을 받는 게 사람입니다.(기사)
겉으로 보기에 굳건한 믿음으로 살아가리라 여겼던 사람에게서 저런 말을 들으면 그가 인간답게 다가와 아름답고 멋있게 느껴진다. 내가 이러저러한 욕망에 휘둘리는 약한 존재라서 그럴 테지만 성인도 저런다는 것을 보면 내면의 갈등이라는 인간의 보편적인 진실과 맞닿고 있어서 그렇다는 점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싶다.

훈이네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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