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은 기사-<인센티브>
<<한국일보>>를 들면 빠뜨리지 않고 꼭 읽는 글이 있다. 소설가 이기호가 맡아서 날마다 쓰고 있는 '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다. 좋은 소설가라 그런지-그의 소설집에 대한 간략한 평은 여기를 보세요- 나로서는 당연하다고 여기거나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넘기는 일을 그는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설게 만들어 읽는 사람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게끔 한다. 오늘 아침에도 그런 글을 만났다.
인센티브
전남 광양시가 고3학생들을 명문대에 많이 합격시키는 담임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카이스트는 50만원, 서울대는 45만원, 연세대는 30만원, 이런 식이란다.
강원도 동해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둘째가 태어난 가정엔 50만원, 셋째가 태어난 집엔 90만원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한다. 인센티브를 바라며 아이를 출산하는 가정이 과연 몇 집이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출산율을 인센티브로 높일 수 있다고 믿는 공무원들의 의식 자체이다.
그런 의식들이 성장해 아이들의 진로 또한 인센티브로 책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도대체 저런 썩어빠진 계획이 누구의 머리에서 처음 나왔는지 궁금하다. 저런 계획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무시하는 처사이기도 하지만, 교사들의 인격 또한 철저하게 모욕하는 행위이다. 교사들로 하여금 학생들을 현찰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마인드다.
그렇게 인센티브를 주고 싶어 안달이 났으면, 광양에 있는 가정 형편 어려운 학생들을 한 명이라도 더 챙겨라. 그러고도 돈이 남으면, 학습 부진한 학생을 꾸준히, 성심성의껏 지도한 교사들에게 주어라.
그게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다 안다. 하지만, 아마도 그런 교사들은 인센티브를 받지 않을 것이다. 그건 누가 돈으로 유인한다고 해서, 하는 일이 아닌 까닭이다.(이기호의 다른 글들은 여기를 보세요)
먼저, 우리는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 같다. 어떤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더 그렇겠지. 도덕적인 측면에서 공인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경제적으로 잘 살게 해 주면 최고라는 생각으로 그를 지지한다. 얼른 돈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그런 것은 아무 가치를 갖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인문학의 위기도 이런 데서 나오는 것이다. 이런 공부가 얼른 돈이 안 된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하여도 돈을 벌어서 잘 사는 것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를 따져야 사람이 아닌가? 인문학은 사람을 사람이게끔 해 준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이런 공부를 제대로 해야 돈을 잘 벌 수 있다. 난 안 봤지만 여기저기서 들리는 얘기를 종합해 보면 요즘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영화 <<디 워>>의 경우에도 결국은 인문학적 소양이나 상상력이 부족해서 말하는 사람이 쑥스러울 정도의 부실한 작품이 된 것이 아닌가? 짐작하건대 외국에서의 반응은 한국에서와는 전혀 다를 것이다. 개연성 없는 줄거리에 얹혀진 그럴듯한 그림만 가지고 외국인의 호감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둘째로 어디에서나 보는 것인데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로 인센티브가 몰리는 경향도 문제다. 잘 달리는 몇 사람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는 많은 구성원이 달릴 수 있도록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인데 말이다. 담임에게 인센티브를 받게 해 주는 이른바 명문대학의 합격생들도 거의 틀림없이 바로 돈이 되는 전공을 택할 것이다. 돈이 돈을 부르는 세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