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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의 '주어진 길'

귤밭1 2015. 9. 13. 21:44

윤동주의 <서시>에 "나에게 주이진 길을 가야겠다""는 구절이 있다. 이게 시의 맥락에서 왜 나왔는지를 이 아침에 알아 냈다. 루키치가 얘기한, 물론 저 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밤하늘의 별에 연결하여 읽어야 하는 것이다.

 

루카치는 그의 <<소설의 이론>> 첫 구절을 다음처럼 썼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반성완 옮김)

 

나중에 나온 번역본은 이 구절을 다음처럼 옮기고 있다.

 

"별들이 총총한 하늘이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들의 지도인 시대,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는 시대는 복되도다."(김경식 옮김)

 

그렇다. 밤하늘의 빛나는 별이 어두운 길을 밝혀 준다. 이게 길을 가리켜 주는 게 아니고 뭔가! 그러므로 별이 가리켜 주는 길이 바로, 시인에게 주어진 길인 것이다. 물론 이 시의 다른 데서도 별은 시인의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