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 대하여
청춘은 무엇일까? 사전에는 "만물이 푸른 봄이라는 뜻으로 스무살 안팎의 젊은 나이를 비유하는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해 놓고 있다. 여기서 나이는 청춘을 이루는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다. 애늙은이라는 말도 있거니와 이와는 정반대로 나이가 들고서도 청춘 못지않게 젊게 사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청춘인가의 여부는 삶에 대한 태도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청춘을 다루고 있는 어떤 책은 다음과 같아야 청춘이라고 하고 있는데 꽤 그럴듯한 주장이어서 들어 볼 만하다.
망설임과 방황은 청춘의 특징이자 특권이다. 그만큼 창피한 기억도 많고 실패도 많다. 부끄럼 없는 청춘, 실패 없는 청춘은 청춘이라 이름할 수 없다. 자신에게 충실하고 대담한 삶을 꿈꿀수록 부끄러움도 실패도 많아지게 마련이다. (중략)이 책은 보통 사람들이 잘 알아주지 않는 분야에서 온갖 노력과 고생 끝에 일가를 이룬 젊은이 11명의 삶을 담고 있다. 지은이는 이들을 만나 무슨 생각에서 남들이 하지 않은 분야에 뛰어들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오늘의 위치에 이르게 됐는지를 묻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공식적인 학교 제도에 적응하지 못한 이른바 열등생들이었다. 문제아도 있다. 그런데도 소믈리에(포도주 감정가), 레코딩 엔지니어, 수할치(매 사냥꾼), 원숭이 조련사, 정육점의 고기 써는 기술자 들로 성공했다. 그런데 이들의 성공은 통속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고생한 결과로 성공해서 돈을 엄청나게 벌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인생에서 가장 큰 회한은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인생을 살아가지 못할 때 생긴다. 얼핏 보면 대단히 성공하고, 무척 행복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자신 바라던 인생이 아니라면, 그 사람은 후회가 남을 수밖에 없다. 또 이와는 반대로 비참한 인생으로 끝나버린다고 해도, 자신의 생각과 선택으로 초래된 결과라면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체념은 가능하리라.
육체는 젊지만 정신이 노화된 청년들은 모두 엇비슷할 정도의 행복한 인생을 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어느 날, 자신에게 또 다른 인생이 있지 않았을까 하며 도전과 가능성의 시기를 그냥 지나쳐왔음을 후회할 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다치바나 다카시, 박연정 옮김, <<청춘 표류>>, 예문, 2005, 5-8쪽)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성공담일까? 누구보다 고기를 잘 써는 모리야스 츠네요시(33)의 인생 역정을 따라가 보면 안다. 오오이 정육점 도쿄 책임자인 그는 '고기의 신'이라고 불릴 만하다. 소를 잘라 뼈를 발라내고 부위별로 나누는 솜씨가 그야말로 칼과 손끝이 하나가 되는 경지기 때문이다. 모리야스가 얼마나 능숙한지를 실감하기 위해서, "자신이 발라낸 고기는 열배 이상의 시간을 들여 발라낸 다른 기술자의 것보다 뛰어나면 뛰어났지 못하지는 않다"면서 덧붙인 그의 얘기를 들어 보는 것이 좋겠다.
"결국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었거든요. 수없이 고기를 발래내면서 비로소 익히는 거죠. 제 경우에는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1만 마리는 발라냈을 거예요. 어디에 어떤 뼈가 있고, 어디에 어떤 근육이 붙어 있고 어떻게 자르면 되는지 소 전체의 구석구석까지 아는 것이 그 첫걸음이지요. 그 다음에는 칼을 쓰는 방법이 있어요. 정말 칼을 잘 쓸 정도가 되면 칼을 사용하는 감각이 없어져요. 칼과 손끝이 하나가 되어야 하거든요. 칼과 손가락이 하나가 되어 칼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손끝으로 자른다는 느낌이라 해도 좋고, 칼날 끝에 손끝과 같은 감촉이 있다고 해도 좋아요. 그렇게 하면 칼로 자르는 게 아니라 잘라야 할 부분에 칼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죠. 칼이 혼자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손은 뒤에서 쫓아가는 느낌이라야 해야 할까요"(90-1쪽)한마디로 아름답다. 주체와 대상이 하나가 된 결과이다. 그런데 그는 중학교를 마쳤을 때 글도 못 읽고 구구단도 제대로 못했다. 지진아보다도 못한 그는 당연히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정육점에 들어가 2년 동안 하루 열시간 이상 냉동육과 씨름하며 열심히 기술을 익힌다. 손님을 상대하기 위하여 구구단과 글자를 익힌 것도 이때다. 지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없더라면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늘 순탄할 수는 없었다. 떠돌이 기술자가 되어 도박과 싸움으로 방황하기도 한다. 그런데 스무 군데의 정육점을 전전하던 끝에 그를 알아주는 상사를 만나-이 과정도 감동적인데 직접 읽어 보기 바란다- 한평생 정육점에서 일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뒤로 그는 사람이 확 바뀐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기에 관해서는 최고가 되기 위해서 전문 서적까지 다 공부한다. 거기다가, 고기를 다루는 기술에 대한 책이 없다는 것을 알고 <<쇠고기>>라는 책을 내기까지 했다.
지진아이자 '양아치'였던 사람이 이렇게 변한 것이다. 이게 청춘이고 진정한 성공이다. 성공하지 못하면 어떠랴!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바쳤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음먹기에 따라 청춘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