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난 길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귤밭1 2006. 7. 10. 22:39

한비야라는 사람이 있다(참고로, 한비야의 글은 여기를 보세요). 아마 다 알 것이다. 난민 구호 활동가인데 먼저 오지 여행가로 이름을 얻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는 바람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는 몇 년 동안 스스로 돈을 벌어 대학에 들어가고 유학까지 갔다왔다. 여느 사람이라면 여기까지만 해도 대단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회사에 취직하여 잘 나가고 있는데도 어릴 적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사표를 내고 세계 일주 여행길에 올랐다. 무려 6년 동안이다. 실천은커녕 생각만으로도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그는 실제로 해 낸 것이다. 이런 사람이 허튼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들어 보자.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는 지금 내가 아주 애용하는 말이 되었다. 전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힘에 부칠 것 같은 일을 계획할 때, 혹은 무언가 조금 늦었다고 생각될 때, 그래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내가 나에게도 하는 말이다.

 

실제로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해 보기 전에는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쉬운 예를 들어 보자. 수영을 못 하는 사람이 물에 빠지면 십중팔구는 허우적거리다가 죽는다. 그런데 사람이면 누구나 물에 뜨게 돼 있다고 한다. 이 경우는 순전히 자기가 수영을 못 한다는 '생각'이 일을 그르친 것이다. 너무 억울한 일이 아닌가. 원래부터 할 수 있는 일이건만 단지 '난 못해' 하는 생각 때문에 할 수 없게 된다면, 그런 억울한 일을 원천봉쇄하는 주문이 바로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다.

 

경험한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일단 해 보자 하고 덤비면 가속도가 붙고 자신도 모르는 괴력이 나온다. 물론 열심히 해 봐도 안 되는 일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했다면 적어도 후회는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하고 후회하는 일보다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일이 훨씬 많은 법이니까.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망설이고 있있던 일이 있다면, 지금 한번 해 보라. 눈 딱 감고 저질러 보라. 될지 안 될지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겠는가. (한비야,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푸른숲, 1999, 30-1쪽)

해 보지도 않고 미리서부터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해 보지도 않고서 어떻게 하지 못하는지 알 수 있는가? 먼저 부딪쳐 볼 일이다. 특히 젊은이라면 깨지고 나서 후회해도 늦지 않다. 해 본 다음에 못하는 것으로 판명이 난다고 해도 상처에서도 배우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상처를 입는 것은 젊은이만의 특권이기도 한 것이다.

 

나이가 어려서가 아니라 생각과 행동이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젊은이다. 무엇이든지, 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사람인 것이다. 나도 이번 방학에는 '바람의 아들'이 되어 우리 땅을 걸어서 여행해 볼 생각으로 계획을 짜고 있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200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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