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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을 노래한 다른 한 편의 시-안도현의 <겨울 강가에서>
귤밭1
2006. 11. 21. 08:58
<<중앙일보>>(2001. 2. 2)에 김용택 시인이 소개한 안도현의 시 한 편을 여러분께 읽어드리겠습니다. 제목은 <겨울 강가에서>입니다.
이 시에 대한 김용택 시인의 짤막한 해설을 들어 보세요. 해설 자체가 한 편의 훌륭한 시입니다.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 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제 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다.
어제 밤에 눈이 살포시 내렸다. 강의 가장 자리가 하얗게 얼어 있다.얼음 위로 새들이 걸어 간 모양이다. 토끼 발자국이 얼음장 끝 찰랑이는 물가까지 찍힐 때도 있다. 내 몸으로 세상의 무엇을 받을 수 있을까.제 느낌도 좀 얘기해 볼게요. 여기서 내리는 눈은, '어린'이나 '철없이'이라는 말에서 추측하건대, 아마 자기를 소모하는 행위를 뜻하는 것 같아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기 생명을 없애는 행위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강물은 마음이 아픈 거지요. 보통 물은 생명 혹은 재생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서도 양수에서 편하게 있었지 않아요. 또 종교의 의례에서 보듯이 세례는 영혼의 죄를 물로 씻고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어떻든 철부지의 자기 소모 행위가 생명을 상징하는 강은 고통스러운 거지요. 그걸 시인은 '세찬 강물 소리'로 들은 겁니다. 시인은 대단합니다. 시인이 있어 세상은 살 만하게 되는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이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것을 알아보니 말이에요. 고통도 시인의 손을 거치면 아름답게 바뀝니다.
시인은 강물이 그 고통의 결과로 얼음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음 위에 눈이 내리면 녹지 않고 그대로 있게 됩니다. 이제 눈은 살아 있게 되는 거지요. 세상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것을 껴안는 포용력의 아름다움! 이 시는 이런 지혜를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줄이면 바로 사랑이지요. 사랑은 내가 먼저 바뀌는 데서부터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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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준의 시와 아주 비슷하지요? 이 시에서 강은 얼음으로 차가워짐으로써 눈을 살리고 있습니다. 둘 다 얼음의 따뜻한 마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200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