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처럼 취급받는다는 것은 다 큰 어른들만이 즐기는 은밀한 기쁨이었다."(공지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푸른숲, 2006, 24-5쪽)
나는 주장을 많이 한다. 그래서 글에서도 사실을 차분히 관찰하기보다는 당위적인 것을 내세우기가 일쑤다. 나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이렇게 얘기하는 나는 뭐냐?"는 자문에 시달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말하는 방식이 내가 보기에도 몹시 거칠다. 그래서 반감을 사기도 한다. 내 주장이 다 맞다고 하여도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각대로 되지가 않는다. 물론 인격 수양이 모자란 탓이다. 이 자리를 빌어 내 말에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이런 나와는 아주 다르게 말하는 이도 있다. 요약하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거지만 어머니의 당부처럼 꼭 따라야 할 것으로 받아들이게끔 한다. 아마 말에 깃든 애정이라든지 진지함 같은 것이 상대방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스럽다고 했지만 그냥 저절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그 바탕에 평소의 언행에 대한 믿음과 존경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조건이 갖춰지면 듣는 나는 착한 아기가 된다. 말하는 이는 어머니처럼, 듣는 이는 아기처럼. 이게 소통의 최적 조건인 것 같다.
그런데 위에 인용한 구절이 지금 내 얘기와 잘 연결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부자연스럽다면 내 퇴행성을 읽어 주기 바란다. 아무튼 나는 듣는 사람이 아기가 되게 어머니처럼 얘기하고 싶다. 또 아기처럼 듣고 싶어지는 사람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에 어머니를 보게 된다. 말에 나온 김에 추석 잘 쇠시라는 인사도 곁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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