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난 길 244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체포 직전까지 인륜을 포기한 잔혹한 성범죄를 일삼다가 급작스러운 태세 전환이라고 할 만큼 순식간에 이뤄지는 ‘반성’에 어떤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 재판부는 꼼꼼히 살피고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37098.html#csidxbb983ff53ed7dad9575f2bc70ef3dbc 이런 이야기를 다 들어 봤을 것이다. 옛날 어떤 스님이 한밤중에 목이 말라 물을 달게 마셨는데 아침에 해골에 담긴 거라는 걸 알고 모든 건 마음이 짓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원효 이야긴데 검색해 보니 그런 사실을 기록한 문헌이 없다는 글도 보인다(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23110463160..

겸손과 복잡성은 포기되기 쉽다 / 전희경

겸손과 복잡성은 포기되기 쉽다.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8308.html 문학을 이론적으로 공부하면서 꼭 배우는 개념 가운데 아이러니(반어)가 있다. 겉과 속이 다르거나 반대되는 걸 말한다. 과장이나 축서가 그 예다. 사랑스러운 아이를 개똥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아이에게 이뻐 죽겠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 나오는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는 구절은 널리 알려진 예다. 애인이 떠나갔는데 보내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마음에는 여전히 남아 있으니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어서 독자는 그럴듯하다고 여긴다. 이렇게, 말이 안 되지만 진실이 되는 역설도 아이러니에 속한..

개는 도인이다 / 김소민

“개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지 않았다.” 밀란 쿤데라가 소설 에 쓴 이 문장은 참말인가보다. 이 개는 도인, 아니 도견이다. 몽덕이(이 글의 필자가 키우는 개 이름; 옮긴 이)는 ‘나는 이런 개야’ 따위 자아상에 집착이 없다. 그러니 ‘나 같은 개를 뭐로 보고’ 따위로 성질내지 않는다. 가부좌 한 번 안 틀고 지금 이 순간을 그냥 사는 경지에 올랐다. http://h21.hani.co.kr/arti/photo/oneshot/48484.html 마음이 울적할 때, 양지에서 햇볕을 쬐며 눈을 뜨는 일조차 귀찮다는 듯이 조는 개를 보면 내 일이 다 부질없어진다. 저렇게 한껏 게으름을 피워도 되는데 나는 뭐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걱정하는 내가 우스워지기도 한다. 내 식대로 남의 눈치 안..

공감은 본성이 아니라 지적 능력 / 전희경

공감은 ‘여성의 본성’이 아니라 지적인 감정이다. ‘나랑 똑같다’는 동일시를 넘어, ‘나’의 유동성, 타인과의 연결성을 인식할 때만 가능하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8383.html 맹자는 다음처럼 말했다. 지금 어떤 사람이 갑자기 어린아이가 우물로 들어가려는 것을 보면, 누구나 깜짝 놀라고 측은(惻隱)해하는 마음이 드니, 이렇게 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부모와 교분(交分)을 맺기 위해서도 아니며, 그렇게 함으로써 고을 사람들과 친구들에게 칭찬을 듣기 위해서도 아니며, 그런 어린아이를 구하지 않았을 경우에 듣게 될 비난을 싫어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http://db.cyberseodang.or.kr/front/alphaList/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