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난 길

사람과 사람 사이

귤밭1 2009. 7. 4. 07:27
책 읽다가 좋은 대목이 있어서 우리 집 식구들에게 읽어 드리고자 한다. 판화가 이철수가 무위당 장일순을 두고 한 말이다.

작품 전시하면 꼭 올라와서 같이 봐 주시고, 그림에 관해서도 애들처럼 재미있어하면서 보셨어요. "맞아!" 하시면서. 내가 해 놓은 사소한 이야기들 속에 깊이 들어와서 즐거워하시고, "나는 말일세, 붓 가지고 장난을 해도 저런 경쾌함은 안 되더군" 이렇게 얘기하시는 거예요. 그게 칭찬이시기도 하고. 어른하고 아이하고 그런 대화 속에 이미 변별점이 뚜렷이 있는 것이겠지만 참 고맙지요. 그림 속으로 깊이 들어와서 즐거워하고 천진난만하게 그림하고 노는 듯이 하고, 칭찬 한마디 하시고, 밥 한그릇 사 주시면 행복해지는 거. (이철수, 황도근(대담),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더라도-무위당 난초와 이철수 배꽃의 만남>, 무위당을 기리는 모임 엮음,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녹색평론사, 2004, 211쪽)
"내가 해 놓은 사소한 이야기들 속에 깊이 들어와서 즐거워하시고"라는 대목을 만나자 읽는 나도 덩달아 무척 즐겁고 행복해졌다. 말하는 이와 듣는 이 그리고 이야기가 하나가 될 때 오는 정겨움과 즐거움이 손으로 만져지는 것 같았다. 뭐, 성적인 오르가즘을 연상해도 좋을 것 같다.

다른 데서, 답답한 아버지가 많다고, 그런 아버지를 탓하는 사람도 자식에게 역시 답답하게 굴긴 마찬가지라고 푸념했지만, 잘 살펴보면 이런 사이도 있다. 이상적인 인간 관계의 구체적인 예가 아닐까 한다.

즐거운 아침이다. 여러분도 그러길!

참고로, 무위당에 대해서는 여기여기를 보세요.

훈이네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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