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난 길

내일부터 도보 여행 떠납니다

귤밭1 2005. 12. 25. 16:43

드디어 내일부터 그동안 별러 왔던 도보 여행 시작합니다. 내일 아침에 기차 타고 목포에 내려서 강진까지 버스로 가 거기서부터 부산을 향해 걸어갑니다. 목적지까지는 국도 2호선을 따라 걸으니까 길 때문에 헤메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무척 설렙니다. 눈도 내리지 말고 춥지도 말아서 편안하게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과 높은 산에 오르는 사람들처럼 제대로 고생해도 좋다는 두 개의 마음이 제 속에서 싸우고 있는데 어느 것이 진짜 제 마음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건방진 태도 다 버리고 자연이 하자는 대로 따라야겠지요?

 

왜 가느냐고요? 그야 걷는 것이 아주 즐거워서라고 얼른 대답할 수 있는데 왜 그러냐고 되물으면 대답할 말이 궁해집니다. 숙제로 내 주시면 걸으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비밀이 아니니까 얘기하는 건데 그동안 잘 먹어서 찐 뱃살을 빼는 것도 걷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발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때라 걸으면서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없겠지만 잘한 것이 있으면 기뻐하고, 잘못한 것은 반성하며, 앞으로 할 일도 생각해야 될 테니까요. 얘기를 하는 김에 그동안 우리 집에  오셔서 좋은 말씀 해 주신 분들은 물론이고 그냥 드나들기만 하신 분들께도 고맙다는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지난번의 제 도보 여행이 그런 대로 여행답게 될 수 있었던 데는 제 보잘것없는 여행 이야기를 읽어 주고 반응을 보여 주는 것이 좋았다는 점도 조금은 작용한 것 같습니다. 제 좁은 인품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민망하지만, 같이 어울려 사는 기쁨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따뜻하게 받아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여행 마치면 다음은 부산에서 동해안 휴전선까지, 그 다음에는 동해안에서 서울까지의 길이 차례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년 뒤까지는 할 일이 예약이 되어 있으니 제가 꽤 잘나가는 사람인 것만 같아 괜히 어깨가 으쓱거려집니다. 또 제가 어떤 사림인지를 알려 드리고 말았습니다만, 그래도 부러워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는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왜 바라는 것은 이리 많은지요!

또 '그래도' 여러분의 응원 기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연말연시 즐겁게 지내세요. 물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훈이네 집으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