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을 한다. 내 짧은 경험으로 보면 맞는 것 같다. 나중에 보면 아주 쉬운 것인데도 여러 차례 에돌고 실수하기를
거듭하고 나서야 그런 데 이르렀다는 걸 알게 된다. 거쳐야 할 곳이 많은 것이다.
삶도 이와 마찬가질 것이다. 곧장 가는 길은
없다고 보는 것이 좋다. 아니 그런 방법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추천할 만한 것이 아닐 것이다. 목표에 이르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놓치면 안 되면 중요한 것들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목표라고 하는 것은 그것을 이루었다고 하는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 다시
말하면 완성태라기보다는 그곳에 이르는 과정의 총합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올라가면서 겪게 마련인 고통을 배제한다면
에베레스트의 정상에 간 것 자체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그래서 목적한 곳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남이 안 간 어려운 길을 어떻게
거쳐서 갔느냐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등산가를 판정하는 기준이라는 식의 말도 나오는 것일 것이다.
바쁘게 먹으면 체한다. 그저
바보처럼 꾸역꾸역 숟가락질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튼튼한 몸이 되는 게 우리 삶의 평범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이치가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기적이라든가 행운이라는 말도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은총이라고 보는 것이 옳겠다. 예를 들어, 그냥 한번 사 본 복권인데
엄청난 액수에 당첨되는 사람도 있으니 예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닌 모양이지만 그래도 길게 보면 노력한 만큼 얻는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라도 거저 얻으면 곧 시시하게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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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서 '골목길'을 찾았더니 '동네 집 사이로 난 좁은 길'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난
길이겠지요.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이기는 하지만 다니다 보니 어느덧 생겨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이 만들었으니 문화이면서 동시에
계획에 의해서 닦은 것이 아니니 자연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이라고 한 것은 마치 동물들이 그들의 감각에 의해서 그들만이 알아 볼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놓은 것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골목길은 자연의 일부이니까 구불구불합니다. 반듯반듯한 근대의 도로와는 확실히
구별됩니다. 큰 도로에는 근대적인 기계인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지만 골목길에는 사람들이 느릿느릿 걸어갑니다. 동네 사람과 마주치면 인사도 해야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누어야 하니까요. 시골 사람들이 서울 와서 놀라는 것 가운데 하나는 서울 사람들의 빠른 걸음걸이입니다.
당연하지요. 계획된 시간에 맞추어 활동하다 보면 모든 것이 바쁘게 돌아갈 수밖에요.
물론 골목길에도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냐고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자동차가 다니기 시작하면 어느새 큰 길이 생기게 됩니다. 말 그대로 신작로지요. 이제 자동차가 다니기 시작하면
동네 사람들도 덩달아 바빠집니다. 당연하지요. 근대에 사는 한 자연의 일부인 사람도 그 강력한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자연이 학대받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골목길도 천대받습니다. 골목은 자꾸자꾸 근대의 찬란한 문명 뒤로 숨게 되지요.
그래서 도시에서는 골목길이 근대적인 문화 생활의 이미지와 정반대되는 내용을 표상하게 됩니다. 어디 도시만이 그렇겠습니까! 시골도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뿐이지 역시 골목길이 마을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추세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 골목길은 웬만하면 포장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근대화될수록
골목길에서 이루어지던 아이들의 장난, 동네 사람들끼리의 정다운 이야기가 사라져 갑니다.
결국 없어지는 골목길은 황폐해지는 자연의
운명을 닮았습니다. 결국 인간은 자연과 멀어지게 된 것입니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고 꽃을 감상하는 여유를 잃어 버렸습니다.
인간이 근원적으로 갖고 있는 자연성이랄까 그런 것이 우리에게 낯선 것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죽음을 살아 있는 것이 거쳐가야 할
자연스러운 순환 과정의 일부가 아니라 피해야 할 무서운 것으로 여기는 것도 따지고 보면 골목길이 사라지고 혹은 남아 있더라도 부정적인 이미지로
떠올리는 것과 깊은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산을 가로질러 죄없는 나무를 베며 길을 내는 일이 자행되는 한
골목길의 운명은 뻔합니다. 이렇게 하여 인간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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