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걷습니다. 부산으로 내려가 동해안을 따라 올라갑니다. 중간에 일이 있어서 올라왔다가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일주일쯤 시간이 날 것 같아요. 8월 마지막 주는 개학이거든요(긴 방학 동안 한 일이 하나도 없네요!).
천천히 걸을 거예요. 보기 좋은 데 있으면 두리번거리고 큰 나무가 있으면 앉아서 쉬거나 드러눕기도 하면서요. 물론 수영도 해야지요. 그렇게 될지 자신할 수 없지만 좋은 숲길이 있는 쪽에는 에돌더라도 들르려고 해요. 울진의 불영계곡이나 오대산 주변이 그런 곳인데 이번 여름에는 오대산으로 빠지는 강릉까지는 못 가겠지만 마음속에서라도 걷는 것이 어딘데요?
더위도 막바지겠지요? 사람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것-잘 따지고 보면 이상 고온 현상은 우리 인간들이 그동안 추진해 온 이른바 근대화의 결과지만요-이면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짜증 내지 않고 넘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요. 달리 보면 더우니까 찬물로 씻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거지요. 땀이 잘 나와서 몸 속의 더러운 것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기도 하고요(에어컨은 바로 이걸 못하게 하는 거니까 몸에 나쁠 수밖에요!). 그렇다면 더위는 피하는 것(피서)가 아니라 함께하는 거지요. 이와 비슷한 얘기 하는 글 한 편 읽어 드리며 마치겠습니다.
생활 명상: '열대야도 자연현상' 수긍하면 편안하죠 무척 더운 때입니다. 열대야로 잠을 자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명상을 이야기하면 이렇게 더운데 명상은 무슨 명상이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명상은 쉼입니다. 쉼은 마음의 편안함을 뜻합니다. 세상일이 모두 마음먹은대로 되면 마음이 편안할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는 게 세상사입니다.
부처님은 괴로움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는 괴로움,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괴로움,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는 괴로움 등을 말씀하셨습니다. 뜻하는 대로 이루지 못해 괴로움이 생긴다는 말씀이지요.
사람사이의 관계는 노력하다보면 어떻게 될 수도 있지만 더위와 같은 자연현상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현상에 맞닥뜨릴 때 우리는 명상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방법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더울 때 더위에 저항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여름은 더운 계절입니다. 더워야 여름입니다. 하지만 편안함에 익숙한 우리는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나려고 하고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려고 합니다.
더위를 인정하세요. 더위도 우리에게 많은 이로움을 줍니다. 땀은 우리 몸이 너무 뜨거워졌을 때 체온을 낮추기 위해 흘리는 것 아닙니까. 땀과 함께 몸 안의 노폐물도 나옵니다. 땀을 흘리고 몸 안의 노폐물을 내보내기 위해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사우나에 가면서 자연이 주는 그런 공짜 혜택에 기분나빠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찌보면 자연은 무더위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그런 혜택을 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길을 걸을 때 덥다고 짜증내는 대신 자연이 주는 혜택에 푹 빠져 보세요. 짜증을 내건 내지 않건 몸에 땀은 흐르고 옷은 젖게 마련입니다. 그 열기를 즐겨보세요. 더위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세요. 한결 견디기가 쉽습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바로 명상입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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