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사진부터 보시기 바랍니다.
사진의 배경이 그럴듯하지 못해서 여러분께 보이기가 뭐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올린 것은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너그럽게 여겨 주시기 바랍니다.
고마운 분이 단감을 한 상자 보내 줘서 저렇게 곶감을 만들어 봤습니다. 30여 개쯤 빨래 건조대에 매달아 놨습니다. 그냥 먹어도 단데 웬 곶감이냐고 하실 분이 계실 텐데 그게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곶감을 만들면 말린 고구마가 그렇듯이 훨씬 더 달뿐더러 껍질이 쫄깃쫄깃하니 씹는 맛이 또 그만입니다. 어제 저렇게 걸어 놓아서 곶감이 되려면 멀었는데 무슨 소리냐고요? 다 사연이 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거든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단감도 곶감이 되는지를 알아보고자 시험 삼아 해 봤습니다. 꼭지까지 다 깎아서 상자를 포장할 때 쓰는 딱딱한 줄에 꿰었습니다. 일주일쯤 지나자 곶감이 되기는 되는데 줄이 지나는 가운데 부분에 검은 곰팡이가 피어서 그것을 떼어내고 먹자니 좀 불편하더라고요. 맛은 곶감을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더럽다고 아예 손도 안 대니 나 혼자 다 먹는 것은 좋은데 아무래도 방법을 바꿔야겠더라고요.
이번에는 경험도 있으니 제대로 된 곶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감을 보내 준 분께 염치 없이 또 한 상자 보내 달라고 했지요. 이번에는 꼭지가 달린 단단한 놈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꿰지 않고 꼭지에 줄을 연결시켰지요. 줄은 굵은 실이 없어서 역시 포장할 때 쓰는 좀 부드러운 끈을 잘게 찢어서 4개로 만들었습니다. 이 정도의 굵기면 꼭지를 묶기에 알맞습니다. 어제 아침에 매달아 놨는데 이틀이 돼 가는 지금은 제법 물기가 빠지고 새로 껍질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곶감이 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즐거울 것 같습니다.
내일은 일요일이므로 감을 사다가 아이들과 함께 곶감을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자체로 즐거운 놀이가 될 뿐더러 스스로 만들어 먹으면 더 맛있다는 걸 체험할 테니까요. 몸에 나쁜 설탕(여기를 보세요)이 가득 들어 있는 과자 대신에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지요.
이렇게 쓰고 있자니 뭔가 뿌듯하고 갑자기 먹을 것이 많아져 큰 부자가 된 듯한 기분입니다. 저는 이렇게 맛있는 것을 앞에 놓고 정신을 못 차리는 그런 수준에서 논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얘기해 놓고서 곶감이 안 되고 말면 헛말이나 하고 다니는 사람이 되고 말 테니까요. 이런 것은 그때 가서 생각해도 되겠지요? 지금은 곶감을 만들고, 맛있게 되기를 기다리는 즐거움을 누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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