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교육과 관련해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갖가지 희극을 연출한 바 있다. 아마 그 압권은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외국어 표기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언어학의 기초 지식만 갖고 있어도 저런 무식한 말을 못할 텐데 희극을 지나 비극이 돼 버린 장면을 마주하는 마음이 영 편안하지가 못하다. 귀담아들어야 할 비판도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우겨대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독선까지를 생각하면 운동권의 어떤 정파를 불쌍히 여기며 비꼬던 '단순, 무식'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며 이곳에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되곤 한다. 앞으로 5년 동안에 우리는 얼마나 많이 짜증을 다스려야 하는 걸까!
우리말이 엄연히 있는데도 영어를 무슨 하느님이나 된 것처럼 떠받드는 저런 태도를 보면서 나는 외국인들이 우리를 바보로 보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과학적으로 아주 잘 만들어진 제 나라 말이 있는데 영어에 저리 많은 정력과 돈을 투자하는 것을 알고서 한국사람들은 정신이 나갔다고 판단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거기다가 학교에서-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다 포함해서-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는 과정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면 우리를 미쳤다고 할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말을 하고 있다.
쾰러: 영어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좀 미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영어를 잘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취직도 잘한다고 하는데 그게 꼭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제도적인 문제가 있는데, 영어를 잘한다면 외국으로 유학 갔다 왔거나 돈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지 않나. 이 세상에서 한국만큼 외국어 교육에 신경쓰는 나라가 있는지 모르겠다.
강: 이명박 당선자 쪽에서 철회하긴 했지만 모든 교과목을 영어로 가르친다는 생각도 황당하다. 독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말 지키기 차원이 아니라 그렇게 가르치는 게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은 인간이 자기 정체성을 찾는 단계다. 이렇게 중요한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나 경험들을 모국어로 배우지 못하면 매우 혼란스러울 것 같다. (원문)
제발, 이명박 정부는 전문가의 생각도 들어보고 비판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민주적인 태도를 가졌으면 한다.
참고로, 모든 것을 오로지 경쟁력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는 이명박 정부의 반면 교사로서 핀란드의 교육을 소개하기로 한다.
학원·등수 없는 핀란드, 평등교육이 ‘최우수’ 비결
‘공교육 강국’ 핀란드를 가다 (상)
초등 4학년 하루수업 핀란드어·미술·수학 ‘끝’
불필요한 경쟁 막기 위해 ‘상상력 발휘’ 격려
국제지표들로 볼 때 교육 부분에서 세계 최강국은 단연 핀란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벌이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2000·2003·2006년 잇따라 최고 성적을 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하는 국제 교육경쟁력 순위에서도 핀란드는 2004~2006년 줄곧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성적은 학생을 동등하게 대하는 평등교육에서 나왔다. 핀란드 교실에서는 성적표의 등수도 없고, 영재교육도 없다. 학교 밖의 사교육은 더더욱 없다. 자기들만의 ‘3불’을 지켜내 수월성과 평등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성공 사례로, 세계 교육 전문가들의 순례지가 된 핀란드 교육현장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달 22일 수도 헬싱키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투술라 지역. 인구 500여만에 우리의 세곱절이 넘는 국토를 가진 핀란드는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전원 풍경이 펼쳐진다. 루오트신퀼란 학교 4학년 사무엘(10)의 이날 수업은 핀란드어와 미술·수학 등 세 시간뿐이다. 일주일 수업시간이 모두 23교시다.
미술 시간에는 “상상력을 발휘해 장난감을 만들어 보라”는 수비 베스트링 교사의 말에 따라 친구들 셋과 종이로 축구장을 만들었다. 수학 시간에는 다음주 시험에 대비해 자습했다. 사무엘은 지난번 수학 시험에서 만점인 10점을 받았지만, 성적표에는 등수가 없다. 자신의 점수와 반 평균점수만 적혀 있다. 우리의 중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7~9학년에서도 마찬가지다. 유카 모이시오 교장은 “다른 학생들과의 불필요한 경쟁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사무엘은 과학이 자신의 다른 과목에 견줘 점수가 낮기에 과학 공부에 좀더 신경을 쓴다. 하지만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없다”고 말했다. 사무엘은 장애인을 돌보는 의사가 되고 싶어한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6학년 타투(12). 아침 8시가 넘어서야 해가 뜨는 북구의 겨울이 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다는 평범한 학생이다. 그는 이날 수업이 네 시간이다. 6학년은 일주일 수업시간이 25교시다. 2교시 핀란드어 시간에는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타투는 굶주려 도둑질을 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6학년들은 반별로 이렇게 쓴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를 골라 함께 단편영화를 한편씩 찍는다. 제작비는 학교에서 부담한다.
아이들 ‘성적향상 위해 과외 받냐’ 질문 이해 못해
특수교사 · 정신과의사 방문도…학부모 부담 없어
수업을 마친 타투는 동네 아이스링크를 찾았다. 날마다 한시간 이상 아이스하키를 배우는 데 드는 비용이 10여만원. 타투의 같은 반 친구 17명 가운데 9명은 방과후 축구나 농구, 아이스하키, 기타 등을 배운다. 부모가 시켜서 하느냐고 묻자 모두 “스스로 원해서”라고 대답했다. 이들이 받는 과외 중에 수학이나 핀란드어, 영어 같은 과목은 없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과외를 받느냐고 묻자 타투는 한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사무엘과 타투가 다니는 학교는 학생 수가 170명인 작은 학교지만, 목공실과 실내 체육관을 갖췄고, 두 특수교사가 일주일에 이틀씩 방문해 학습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돌본다. 정신과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도 일주일에 한번꼴로 학교를 찾는다.
이 학교에 배정된 예산은 68만유로(약 10억원)에 이른다. 학부모의 부담은 전혀 없다. 전체 예산 가운데 2만8000유로 가량은 학생들의 학용품과 책값으로 쓰이고, 1만유로 가량은 학생들의 교통비로 나간다. 학교에서 3㎞ 이상 떨어진 곳에서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교통비를 지원한다. 예산의 약 80%는 지방정부가, 나머지는 중앙정부가 부담한다. 핀란드는 국민총생산의 7.2%를 교육 예산으로 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유아교육에서 대학까지 학습자가 부담하는 수업료가 없다.
지역의 작은 학교에까지 미치는 핀란드 교육의 세심한 배려로, 핀란드는 전세계 국가 가운데 학교 사이의 학력 차이도 가장 적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2006년 발표한 지표를 보면, 핀란드는 학교 사이의 학업성취도 편차가 4.7%로, 2위인 아이슬란드(9.3%)의 절반 수준이었다. 한국의 31.8%와는 현격한 차이다. 우리로 치면, 서울 강남지역과 시골 두메 학교 사이에도 학력 격차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모이시모 교장은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 학교 교육에 대해 신뢰를 하고 있으니까,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따로 교육을 받을 이유도, 학업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투술라(핀란드)/김기태 기자 kkt@hani.co.kr (기사 원문, 여기와 여기도 보세요.)
사람이 되는 것과 경쟁력이 직결되는지 하는 것을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버리는 삼성 이건희 일가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돈과 경쟁력도 사람이 되는 것과 같이 가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책 속으로 난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경리 선생님 영전에 바치는 글 (0) | 2008.05.08 |
---|---|
옛날에는 노는 데 돈이 들지 않았는데 (0) | 2008.04.16 |
왜 '모습'이란 말을 많이 쓸까? (0) | 2007.12.27 |
김장했어요-상처의 추억 (0) | 2007.12.03 |
명인 (0) | 2007.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