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한 사람이 1년 동안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열량은 대략 100만㎉다. 그럼 이만한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땅은? 쌀이 0.07㏊, 밀이 0.13㏊, 고구마는 0.04㏊다. 효율만 따지자면 고구마만 한 식량이 없다. 동물로 넘어가면 사정이 확 달라진다. 100만㎉를 얻으려면 닭고기는 3.7㏊, 쇠고기는 6.8㏊의 땅이 필요하다. 쇠고기가 고구마의 무려 170배다. 가축을 키우는 데 그만큼 많은 사료가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g의 곡물을 사료로 먹여야 겨우 4.6g의 쇠고기를 얻을 수 있다. 사료의 단백질 전환율이 4.6%에 불과하다. 돼지고기는 12.5%, 닭고기는 17.7%, 우유는 22.9%다. 거꾸로 계산해보면 쇠고기 500g을 먹는 것은 무려 10.87㎏의 사료를 소비하는 것과 같다.
그동안 꾸준한 녹색혁명으로 곡식 생산량이 급증했음에도 다시 식량 부족론이 나오는 게 이 때문이다. 소득이 높아진 중국, 인도 국민들이 본격적으로 고기 소비량을 늘리게 되면 막대한 곡물 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구조적인 식량부족을 전망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1960년 94.5%에서 1980년 56%, 2007년 27.2%까지 떨어졌다. 일본의 28%(2004년)와 비슷한 수준이고, 사막의 나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23.5%(2005년)와 비교해도 그리 높지 않다. 우리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중인 유럽연합(EU)의 독일과 프랑스는 이미 100%를 넘어선 지 오래다. 중요한 것은 미국, 아르헨티나 등 곡물 수출국 대부분이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을 팔고 있다는 점이다. 돈을 싸들고 다녀도 유전자조작농산물밖에 찾을 수 없는 시대가 오는 셈이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이 타결 바로 전 단계에 와 있다. 과연 우리의 농업을 지킬 대책은 갖고 협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원문 출처)
나는 광우병의 위험을 안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주장하는 촛불 집회를 둘러싼 논의에서 아쉬움을 느끼곤 했다. 쇠고기를 먹는 것 자체에 대한 고민이 별로 보이는 것 같지 않아서였다. 쇠고기를 먹는 것으로 하여 식량 부족 문제-지구의 곳곳에는 못 먹어 죽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가 심각해질뿐더러 소를 키우는 것 때문에 아마존의 밀림이 줄어들고 있으며 그 결과로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냥 넘길 일이 아닌 것이다.
내 몸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유일한 터전인 이 지구를 생각해서 우리의 식생활을 바꾸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몸에 좋은 식물 위주의 식단을 즐겨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수입에 기댈 것이 아니라 사는 곳에서 바로 나는 싱싱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농업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구체적인 실행 방법에 이르면 나 같은 문외한, 그리고 생각과 행동이 따로 노는 사람은 할 말이 없어진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식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만 해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바로 어제 나는 점심 시간에 쇠고기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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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쓴 글 옮긴다.
이 집의 '이훈의 산문' 방에 <김장했어요-상처의 추억>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그 가운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나는 먹성이 좋아서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기는 하지만 짜거나 단 것을 입에 대지 않으려고 한다. 다 몸에 좋지 않아서지만 그건 이성적으로 생각한 거고, 짠 것은 어려서부터 안 먹어 버릇했고 단것은 나이 먹어 가면서 몸이 받아들이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안병수, 국일미디어, 2005. 지은이가 <<한겨레 21>>에 연재하는 글을 꼭 읽어 보기 바란다)에서 정제당이 우리 몸에 치명적으로 나쁘다는 점을 충격적으로 읽은 것이 몸에 영향을 미쳐서 몸이 저런 반응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정제당이 들어간 과자, 빵, 음료수 같은 것은 잘 손을 대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가끔씩 먹는 라면이라든지 거의 매일이다시피 하는 외식을 멀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튼 지나친 단맛은 다른 맛을 못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 맛을 가장 천박한 것으로 치고 있다.(전문)이 대목을 옮긴 것은 요즘 멜라민인가 뭔가 해서 그야말로 온 국민의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이 참에 먹거리 전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는데도 이제는 먼 옛날 일이기나 한 것처럼 돼 버린-나에게만 그랬으면!-촛불집회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것에 멈추지 말고 쇠고기 식용 자체를 문제 삼는 곳까지 이르러야 된다고 생각하곤 했다. 소를 키우기 위해서 아마존의 밀림을 대규모로 잘라 내며-쇠고기가 지구 온난화 문제와 바로 연결되어 있다!- 쇠고기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곡물 사료로 이 지구의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문제를 다루는 제레미 리프킨의 글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에 이르면 좀 산다는 우리 인간들이 너무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밖에 안 나오게 생겼다.
그런데 오늘 <<한겨레>>를 보니 멜라민에만 호들갑을 떨게 아니라는 취지의 좋은 글이 실렸다. 아래에 옮긴다. 다른 것은 양보하다고 해도, 우리 자신은 물론이고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사탕과 과자는 제발 먹이지 말자.
알고는 못 먹는다 / 권복기 멜라민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참에 먹을거리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바로 우리가 먹는 것(We are what we eat)이라고 한다.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쌀과 밀가루부터가 그렇다. 많은 가정에서 흰쌀밥을 먹는다. 흰쌀은 도정 과정에서 양분 대부분이 담긴 씨눈과 섬유질이 제거되어 ‘영양가가 없다’. 분식에 주로 쓰이는 흰 밀가루도 마찬가지다. 영양학적으로 보면 현미와 통밀이 몸에 좋지만, 사람들은 몸이 아니라 혀가 원하는 부드러운 느낌의 흰쌀과 밀가루를 찾는다.
초등학생 생일잔치에 나오는 음식을 보면 놀라서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떡과 과일로 생일상을 차리는 집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집에서 자녀 생일상에 과자·사탕·튀김류·청량음료 등을 내놓는다.
튀김 요리를 보자. 고온으로 가열한 기름 가운데 일부는 산화해 과산화지질로 바뀐다. 과산화지질은 세포막을 손상시켜 동맥경화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과산화지질의 증가는 몸 안의 항산화물질을 줄어들게 하는데, 항산화물질의 감소는 뇌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름은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면 산화해 색깔이 바랜다. 이를 막고자 과자를 만들 때 산화 방지제를 첨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탕이나 과자에 들어가는 정제 설탕도 문제가 많다. 정제 설탕에는 영양소는 거의 없고 칼로리만 있다. 우리 몸은 설탕을 소화시켜 몸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비타민과 미네랄을 쓴다. 따라서 정제 설탕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미네랄 소모가 많아져 뼈와 이빨이 약해진다. 그럼에도 정제 설탕은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다. 어린이 환자들을 달래느라 사탕을 주는 의료인이나, 학생을 칭찬하며 사탕을 상으로 주는 교사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정도는 덜하지만 농산물의 유해성도 가공식품 못지않다. 사람들은 많은 농가에서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고 있음을 안다. 하지만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음을 아는 사람은 적다. 특히 과실 농사에는 ‘약’이 많이 든다. 먼저, 꽃이 필 때 농약을 친다. 꽃에 벌레가 있으면 열매 안에 벌레가 자라기 때문이다. 꽃필 때 치는 농약은 벌의 생존을 위협한다. 이를 막으려고 어떤 양봉 농가에서는 벌이 먹는 설탕물에 항생제를 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과수 농사에 치는 ‘약’은 종류도 많다. 열매 크기를 키우기 위해, 빛깔을 좋게 하기 위해, 당도를 높이기 위해 농약을 친다. 뿌리는 농약이 효과가 적자, 참외나 수박 같은 밭작물의 경우 고랑에 물을 넣을 때 아예 농약을 타서 넣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감나무에도 약을 친다. 예로부터 감나무는 일곱 가지 덕이 있다고 칭송받았다. 오래 살고, 좋은 그늘을 만들며, 새가 집을 짓지 않고, 벌레가 없으며, 단풍이 아름답고, 열매가 좋고, 낙엽은 훌륭한 거름이 된다고 해서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감나무에도 여러 가지 농약을 친다. 더구나 외국에서 들여오는 농산물에는 여기에다 운반 때 상하지 않도록 보존제와 살균제 등 많은 양의 화학약품이 ‘첨가’되어 있다.
평생 과수 농사를 지어 온 한 농부의 말이 생각난다. 알고는 못 먹어요. 이런 얘기를 하면 가끔 듣게 되는 반론이 있다. 세상이 다 오염됐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내성을 키워주려면 해로운 음식을 가끔 먹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다.
권복기 노드콘텐츠팀 기자bokkie@hani.co.kr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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