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네 산에 올랐습니다. 어제는 한강의 밤섬-영화 <김씨 표류기>의 무대지요-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걸어가 행주산성 쪽에서 한강 지류인 창릉천을 따라 구파발 위의 지축이란 데까지 6시간 동안 걸었는데 제주 올레 길에 맛을 들인 뒤로는 차소리에 신경에 예민해져서 걷기가 힘들었습니다. 창릉천 쪽은 그래도 조용한 편이기는 한데 여기는 여기대로 개발의 손길이 미쳐서 정신이 사나워지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나가다는 사람이 좀 모여 산다 싶은 곳에서는, 차분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을 다 뺏기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오늘은 앞에서 말한 대로 동네의 안산에 올랐습니다. 오월의 숲은 찬란하게 아름다웠습니다. 그늘에서 행복하게 놀다 왔습니다. 자연이야말로 우리의 행복을 궁극적으로 보장해 주는 근원이 아닐까 합니다. 조용한 길이 없어지는 것이 슬프고 무서운 이유는 행복의 바탕을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무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사진 1, 사진 2, 사진 3, 사진 4
어디에 나무가 있느냐고요? 안 보이나요? 맞아요. 사진에 나와 있는 것은 땅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땅에 비친 나무의 그림자와 빛이지요. 이런 말이 되는지 모르겠는데 무채색의 인상파 그림 같잖아요? 이 그림자와 반짝이는 빛의 어울림을 보면서 하늘을 상상해 보세요. 그러면 나뭇잎으로만 이뤄진 초록색 지붕이 보일 거에요. 아래 사진에서처럼요.
사진 1, 사진 2, 사진 3
훈이네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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