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난 길

걸으면

귤밭1 2006. 6. 29. 06:50

며칠 전에 동료 선생이 술자리에서 날더러 도보 여행하더니 성숙해졌다고 했습니다. 50을 넘긴 사람이 들을 소리는 아닌 것 같아 좀 당황스러웠는데, 이번 여름방학에 걸어서 더 성숙해지겠다고 대꾸했습니다. 평소의 내 언행이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의 눈이 좀 바뀌어서 저런 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나보다는 그이의 마음이 좋은 쪽으로 간 거지요. 성숙해졌으면 좋겠지만 도대체 며칠이나 걸었다고 그랬겠어요? 아니면, 그의 바람을 저런 식으로 돌려서 얘기한 건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걸었다는 말을 하면 호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이도 없지 않겠지만 나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내 스스로가 자랑스러워하는 마음도 있으니까요(이런 걸 보면 앞으로 더 많이 걸어야겠지요?). 그래서 우리 학생들에게도 이번 방학에 여기저기 용감하게 돌아다니라고 자신있게 얘기하지요.

무엇보다도 걷는 것이 즐거워서 하는 거지만 이렇게 생각지도 않았던 것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도보 여행인 것 같습니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보듯이 이미지를 내세우는 시댄데 이러다가 내가 정치로 나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

7월 초에 부산에서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려고 하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혹시 땀을 흘린 보람이 있어 더 커지고 넓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걷기의 효과는 세실 가테프, 김문영 옮김, <<걷기의 기적>>(기파랑, 2006)을 보세요. 그런데 이 책에서 '이미지 개선 효과'는 언급돼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에 덧붙일 것을 하나 발견한 셈입니다.


 

 

훈이네 집으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