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난 길

11월은?

귤밭1 2008. 11. 5. 09:00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정희성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나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 아메리카 원주민 아라파호족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 부른다

 

정희성의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을 배달하며-나희덕
인디언들은 열두 달의 이름을 재미없는 숫자 대신 계절의 변화나 마음의 정감을 담아 불렀답니다.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기도 하고, ‘산책하기에 알맞은 달’(체로키족), ‘기러기 날아가는 달’(카이오와족)이기도 합니다. 이 시에서처럼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며 산책하기에 좋은 달이예요. 몇 장 남지 않은 이파리 위로 기러기떼 날아가고, 스산한 바람에 마음은 텅 빈 것 같겠지요. 그래서 모호크족은 10월을 ‘가난해지기 시작하는 달’, 11월을 ‘많이 가난해지는 달’이라고 불렀나봐요. 이밖에도 인상적인 이름이 아주 많아요. 카이오와족은 10월을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달’이라 불렀대요. 그럼, 시인에게 11월은 무엇일까요.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는 달’. 10월보다 11월이 추운 것은 그래서예요.

원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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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11월은 어떤 달일까요? 내게는 '산책하기에 알맞은 달'도 그럴듯하지만 아무래도 '많이 가난해지는 달'이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곧 옷을 다 벗고 그 정수만 남긴 채 겨울을 날 나무가 그 모범을 보여 줄 거예요. 나무와는 거꾸로 우리 인간은 더 두꺼운 옷을 입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가난해졌으면 좋겠어요. 11월은 저 나무의 본을 따라 탐욕에서 자유로와져서 근원을 들여다보는 그런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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