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난 길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

귤밭1 2006. 4. 3. 06:43

오늘 <<한겨례>>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렸다. 제목은 <'고맙습니다'라고 말해보세요>이다.

어렸을 땐 어른들이 용돈이나 선물을 주면 두 손으로 받고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고맙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살면서 언제부터인가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때가 더 많아졌다.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게 고마운 마음을 더욱 잘 나타내는 것 같았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일상 생활에 알게 모르게 널리 퍼진 ‘감사합니다’가 내게도 물들었기 때문일까? 거기에다 한술 더 떠서 ‘감사드립니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글을 쓰면서도 주고받는 거의 모든 말끝에 늘 ‘감사합니다’로 끝을 맺었다. ‘감사는 하는 것이지, 드리는 게 아니다’라는 것을 안 뒤에는 ‘감사합니다’ ‘감사를 전합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보냅니다’ 따위 말을 했다. 그런데 내가 ‘우리말’을 익히면서 이 인사말도 바뀌었다. ‘고맙습니다’ ‘고마워요’로.

 

돌아보면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턴가 한자말을 쓰면 더 공손한 느낌이 들고 예절을 잘 갖추는 것처럼 여겨졌다. 글 쓰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렇게 써왔고, 지식인들이 온갖 한자말을 갖다 붙여서 남들보다 더 고상하게 말하기를 즐겼고, 좀 더 유식한 티를 낸 탓이다. 그러나 어려운 한자말을 한다고 해서 더 유식하거나 고상한 건 아니다. 사람 됨됨이는 그 마음가짐과 바탕이 착하고 깨끗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즐겨 쓰면서 참 느낀 게 많다. 먼저 퍽 살갑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때보다 더욱 가깝게 느껴지고, 내 마음에서 참으로 고마움이 솟아난다고 해야 할까? 또 ‘감사합니다’보다 덜 공손하거나 예절을 갖추지 않았거나 고상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까짓 말 한 마디가 뭐 그리 대단해서 고마우면 어떻고, 감사하면 어때!’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오늘부터라도 ‘감사합니다’보다 ‘고맙습니다’, 또는 또래라면 ‘고마워요’ ‘고마워’라고 말해 보자. 더욱 살갑고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손현희/한겨레 필진네트워크 http://wnetwork.hani.co.kr/hanbit/ (원문)

국문과에 있다 보니 연설문을 고쳐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게 된다. 그런데 그 글들의 마지막은 꼭 '감사합니다'로 채워진다. 나도 고집스럽게 반드시-이 문맥에서는 '반듯이'라고 해도 좋겠다!- '고맙습니다'로 바꿔 놓는다(이래선지 내게 '감사합니다'는 아주 어색하게 들린다).

 

순 우리말이어서만은 아니다. 정답게 '고마워'라고 할 수는 있지만, '감사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그러므로 '감사합니다'는 나보다 나이나 힘이 비슷하거나 많은 이에게 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쓰임새에 깃들어 있는 권위가 공식-'형식'이라는 말로 바꿔도 좋다-적인 자리에서는 으레 '감사합니다'를 쓰도록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뜻에도 무게가 더 실리는 듯한 인상을 심어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몸도 마음도 무거운 것을 싫어한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 좋을 게 뭔가? 무거운 마음도 놓아 버리면 즐거워진다. '감사합니다'가 나오는 자리가 웃음과 어울리지 않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윗사람에게만 감사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것-그러니까 자연까지도 포함하여-에 두루 고마워 해야 맞다. 그래야 고마움이라는 말에 실린 뜻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여러분, 읽어 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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