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반부터 12시까지 강의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 나서 1시부터 5시까지 걸었습니다. 우리 학교 교문을 나와 직진하여 길 왼쪽에 있는, 음식을 빼어나게 잘 만드는 운영식당-육회비빔밥이 5천원인데 내 입맛으로는 이 음식으로 유명한 함평 것보다 더 맛이 있습니다. 꼬리곰탕, 된장찌개, 생삼겹살 등도 내가 먹어 본 곳 가운데는 최고고요. 이것 참 침이 마구 나오네!-을 지나면 다리가 나옵니다. 이 다리를 건너지 말고 왼쪽으로 꺾으면 내가 오늘 걸었던 길이 시작되지요. 처음에는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지만 좀 지나가면 흙길입니다. 다리 부근에서는 조그만 개천인데 내려갈수록 제법 강다운 모습으로 바뀌고 바닷가에 이르면 지도에 이름을 올린 큰 강 못지않게 강폭이 넓어집니다. 강가에 늘어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는 카메라를 들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다음에는 사진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얼굴에 땀이 배는 좀 빠른 걸음으로 한 시간 반쯤 걸으면 바닷가에 이릅니다. 오후의 바다는 햇빛을 받아 비늘처럼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조그만 섬들이 있어 잔잔한 바다가 아기자기합니다. 바다를 보면서 이런 구절을 지어 봤습니다.
"점점이 흩어진 당신의 손톱 같은 섬들"
어떤 사람에게 시 같냐고 감정을 해 달랬더니 괜찮다는 답을 보내왔습니다. 부탁한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여 후하게 매긴 평가겠지만 엉터리 시인은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한술 더 떠서 좋은 풍경이 시인을 만드는 거라고 큰소리까지 치고 싶기도 합니다. 시인들이 들으면 웃긴다고 하겠지만 모른 척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걸으려고 합니다. 수업하면서 학생들이 고른 최근의 소설을 두고 그럴듯한 말을 해야 하는데-정확히 말하면, 그럴듯한 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아주 무겁게 느끼고 있는데- 부지런히 걷다 보면 연구실에서 끙끙대던 문제가 잘 풀릴 것도 같습니다. 걸으면 머리가 좋아지거든요. 이래서 저런 시 구절도 나오는 거지요!(갈수록 가관이지요?)
여러분, 고민이 있으면 걸어 보세요. 참, '당신'이 누구냐고요? 당연히, 비밀이지요. 여러분마다의 당신을 생각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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